札幌に行きましょうか

 

 

 1월 말, 미나이 아즈사는 키타 에이쇼와 함께 삿포로에 왔다. 둘에게 방학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정이었다.

 

 눈으로 유명한 동네니까 겨울에 오고 싶었다며 키타 에이쇼는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에 미나이 아즈사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따라 올렸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들뜨게 됐다.

 

 차가운 북쪽의 공기가 바람이 되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조용한 도시. 새하얗게 내린 눈이 발목은 우습게 넘어 허리까지도 쌓이는 곳.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에 둘은 함께 살며 거진 처음이 될 여행을 시작했다.

 

 함께 사는 일상은 꽤 익숙해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둘이 다른 지역으로 오는 건 처음이었다. 여행은 괜히 어색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키타 에이쇼는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거리를 구경하다가도 다시 시선을 미나이 아즈사에게로 돌려놨다. 그러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시선이 마주쳤다. 미나이 아즈사는 정말 보호자처럼 키타 에이쇼의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키타 에이쇼는 다시 만났던 초기, 눈만 돌리면 사라질 것 같았던 미나이 아즈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자신은 언제나 너의 뒤에 있다는 듯한 그의 태도를 볼 때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보호와 챙김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가도 문득, 이 순간처럼 미나이 아즈사가 여전히 키타 에이쇼의 형이라는 걸 자각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니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온 정신으로 느끼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눈발이 흩날리지만, 키타 에이쇼는 미나이 아즈사가 여전히 자신만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그는 오늘따라 유독 추워 보이는, 아무것도 없는 미나이 아즈사의 목을 발견했다. 분명 추울 테니까 잘 챙겨 입자고 했던 것 같은데, 목도리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키타 에이쇼는 자박자박 걸어 미나이 아즈사의 바로 앞에 섰다. 눈이 밟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미나이 아즈사는 키타 에이쇼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했는지 가만히 그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키타 에이쇼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내어 미나이 아즈사의 목에 매어주었다.

 

 

 “형, 이거.”

 “응?”

 “춥잖아.”

 

 

 얼떨떨하게 목도리를 하게 된 미나이 아즈사는 무어라 말을 찾지 못하고 잠시간 침묵했다. 사람이 조금 전까지 하고 있던 것이라 그런지 직물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 위로 눈이 조금씩 내려앉았지만 쌓이지 못하고 금방 녹아내렸다. 미나이 아즈사는 그걸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 너도 추울 텐데.”

 “나는 괜찮아.”

 

 

 그리고 내가 더 건강하잖아. 확신에 찬 키타 에이쇼의 목소리가 선명했다.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얼굴로 목도리를 내려다보는 미나이 아즈사를 보자니, 키타 에이쇼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직감했다.

 

 미나이 아즈사는 꼼꼼하게 매어진 목도리를 살피다 바람이 빠지듯 살짝 웃었다. 키타 에이쇼와 살게 된 후로, 시간이 흘렀다고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맞지 않던 시선이 수평을 넘어섰다는 것, 키타 에이쇼에게 저의 물리적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물론 그런 순간이었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행동을 하는 점이 정말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어린아이와는 닮은 듯 또 달랐다.

 

 기특하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한 미나이 아즈사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목도리의 끝을 만지며 대답했다.

 

 

 “고마워.”

 

 

 목을 감싼 천의 온기가 따뜻했다. 미나이 아즈사의 희미한 미소를 본 키타 에이쇼는 개구지게 웃으며 이제 이동해야 한다고 손을 잡았다. 그는 이 길지 않은 일정이 분명 재밌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곳에서의 기억은 금방 추억이 되어 엇갈린 과거 위로 쌓일 것이다. 허리춤까지 쌓인 눈이 가득한 세상에서 보낸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들을 잊을 수 있게 도와주리라.

 

 그리하여 다시 봄이 오고 눈이 녹을 시기가 되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지금보다도 한결 나아진 얼굴로 서로를 볼 수 있겠지.

 

 그래서 키타 에이쇼와 미나이 아즈사는 새하얀 세상 속에서 꼭 그것들을 닮은 표정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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札幌に行きます